[메일] 무패 우승 시절보다 더 강할지도 모르는 아스날 수비진
By ISAAN KHAN
에인세는 안필드에서 종료 휘슬이 울린 지 불과 몇 초 만에 기쁨에 찬 아르테타를 번쩍 들어 올렸다. 에인세는 이번 승리가 아르테타에게 왜 그토록 큰 카타르시스를 안겨줬는지 알고 있었다. 아르테타가 10년 넘게 떨쳐내지 못했던 감정이었다.
아르테타는 과거 안필드에서 경기를 치르는 데 따르는 심리적 어려움을 털어놓은 바 있다. 자전거를 타다가 에너지가 바닥난 상황에 비유하기도 했다. 일종의 정신적 마비 상태에 빠지는 것과 같다는 설명이었다. 그의 머릿속에 가장 선명하게 남아 있던 경기는 2014년 2월 아스날 선수로서 1대5 패배했던 경기다.
아스날이 리버풀 원정에서 마지막으로 승리한 것은 2012년 9월이었다. 아르테타는 그동안 14년 동안 이어진 악몽을 떨쳐낼 기회를 기다렸다. 하지만 이제는 아스날의 프리미어리그 우승 경쟁팀들이 두려움에 떨 차례다. 아스날은 크리스마스 무렵 추격자들과의 격차를 벌릴 가능성이 점점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그리고 중심에는 바로 수비가 있다.
살리바가 빠진 수비진이 안필드에서 리버풀에 유효슈팅을 단 하나도 허용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곱씹어 볼 만한 장면이다. 최근 원정 경기에서 극도로 부진했던 기록을 딛고 상대 안방에서 승리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성과다. 하지만 이삭, 비르츠, 바르콜라로 구성된 공격진을 상대로 골을 노릴 기회조차 거의 내주지 않았다는 점은 더욱 강력한 메시지를 던진다.
아스날 공격진이 지닌 취약점에 대한 우려가 여전히 존재하지만, 모든 것을 떠받치고 있는 것은 바로 아스날의 수비다. 지난 시즌 개막 이후 아스날은 전반전을 앞선 채 마친 프리미어리그 경기에서 한 번도 패하지 않았다. 안필드 원정의 처참한 전적이 아스날에 끊임없이 따라붙었던 것처럼, 이 기록 역시 상대 팀들에게는 위협적인 통계다.
아스날의 무패 우승 시절마저 뛰어넘을 것인가?
아스날이 지금과 같은 흐름을 이어간다면, 2003/04 시즌 역사적인 무패 우승을 이뤄냈던 당시의 수비진인 캠벨과 콜로 투레, 애쉴리 콜, 로렌과 레만이 골문을 지켰던 포백이 머지않아 새로운 수비진에 자리를 내줄 수도 있다. 현재 아스날의 수비수들은 라야의 지원을 받으며 상대가 좀처럼 뚫기 어려운 수비 구조를 만들어내고 있다. 팀에 확실한 득점원이 부족한 상황에서도 그렇다.
가브리에우는 이삭에게 얼굴을 맞은 것처럼 과장되게 연기하려다 민망한 장면을 연출했지만, 신체적인 경합에서 밀리지 않았고 리버풀이 거세게 압박하는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았다. 리버풀은 전반 42분까지 크로스를 무려 17차례나 올렸는데, 그중 상당수를 가브리에우나 콘사가 걷어냈다.
뛰어난 재능을 지닌 칼라피오리는 상대가 움직임을 추적하기 어려운 비정형적인 위치에서 플레이한다. 왼쪽 측면에서 중앙으로 파고드는 위협적인 침투는 리버풀에 여러 차례 문제를 일으켰다. 공격 지역에서 최고의 경기력을 보여주지는 못했던 팀버 역시 오른쪽 풀백으로 나서 각포를 상대하며 수비의 안정감을 유지하는 데 기여했다.
하지만 아스날과 아르테타의 특징을 가장 잘 보여주는 선수는 다름 아닌 콘사다. 그의 영리한 플레이가 팀의 정체성을 대변한다. 살리바가 부상으로 수개월 동안 결장하게 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오른발잡이 센터백 영입이 최우선 과제로 떠올랐다. 콘사는 팀에 완벽하게 녹아들었고, 안필드에서도 다시 한번 빛나는 활약을 펼쳤다. 왼손에 새겨진 ‘Blessed’라는 문신을 떠올리게 하는 모습이었다.
아르테타가 이끄는 팀은 다재다능한 수비수들을 바탕으로 매우 견고한 기반을 구축하는데, 이는 이따금 공격진의 옵션이 줄어드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하지만 결국 지난 시즌에는 이런 전략이 효과를 발휘했다. 아스날은 탄탄한 수비를 앞세워 22년 만에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솔 캠벨을 비롯한 과거의 주역들은 긴장해야 할 것이다. 아스날 현대사 최고의 수비진이라는 타이틀이 위협받고 있다.
냉혹한 아르테타
아르테타의 냉혹함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더 이상 팀에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되자, 서서히 입지가 좁아졌던 램스데일과 키비오르가 그렇고, 아르테타가 부임 초기에 오바메양과 외질을 냉정하게 대했던 일도 떠올릴 수 있다.
현재 아스날 선수단은 재능으로 가득하지만, 동시에 불확실성도 상당하다. 사카가 경기 시작 10분 만에 허벅지 부상으로 빠진 바이언전에서 에제가 교체 투입돼 좋은 활약을 펼쳤고, 이어진 에버튼전에서는 선발 출전했다. 그러나 리버풀전에서는 단 1분도 출전하지 못했다.
요케레스 역시 에버튼전에서 시즌 첫 리그 선발 출전 기회를 얻어 좋은 모습을 보였지만, 이번 경기에서는 선발 명단에서 제외됐다. 반면 다우먼의 출전 정지 징계로 촐리스는 원래 계획보다 일찍 전날 경기 명단에 합류하기 위해 서둘러야 했다. 솔직히 말해 누구도 자신의 자리가 안전하다고 장담할 수 없다. 바로 이런 상황이 선수단 내부에 진정한 주전 경쟁을 만들어내고 있다.
에인세의 영향력
불같은 승부사 기질을 지닌 에인세는 1군 코치로 합류했을 때부터 이미 높은 기준을 요구하고, 자칫 일부에겐 거부감을 줄 수도 있는 강렬함을 불어넣을 것으로 예상되었다. 따라서 아르테타가 옛 동료와 가까운 사이였음에도 에인세의 영입에는 위험 부담이 따랐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는 영리한 선택이었다. 에인세는 아스날 수비진에 강인함과 투지를 더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에인세는 선수들에게 상당한 존경을 받고 있지만, 동시에 할 말은 돌려서 하지 않는 인물로 여겨진다. 선수들도 그가 적당히 시간을 보내거나 장난을 치러 온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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